호박

커뮤/~301호 BAR~ 2016. 10. 19. 16:57

"뭐가 그렇게 급해?"
"가서 준비할게 많단 말이에요! 으아, 시간이... 저녁때 봐요!"
"그래, 잘 다녀와."

우진에게 요즘 대학생들 스케쥴은 어려웠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말시험이라고 밤새 작업하는것 같더니, 무슨 행사를 한다고 또 저 난리인지. 은현이의 일이 아니었다면 관심도 없었을 일들에 관심 기울이며 우진은 웃었다.

보러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우진은 얼마 전 사들인 주식이 제법 돈이 되었는지 연락을 해온 자신의 자산관리사를 만나기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만나면 오늘 만나기로 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고 올 생각이다. 덕분에 우진은 은현이가 보러 오라고 했던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기에.
 

**


사람들이 바글거려 도깨비 시장 마냥 시끌거리며 소란스러웠다. 중간중간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며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사람들도있었다. 도망치는 사람들 뒤로 좀비 와 프랑켄슈타인이 쫓인왔다. 그들의 목에는  [할로윈 포차-어서오세요 본관 앞 운동장] 이라고 적힌 팻말같은 것이 걸려있었다. 열심히 목에 걸린 팻말을 들고 내밀면서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두사람 뒤를 커다란 호박 머리 귀신이 커다란 나무팻말을 들고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앞의 두 사람이 창피한 것같은 몸짓으로 보이지도 않는 얼굴을 가리는듯한 손짓으로 호박 위를 가렸다.

"야, 이만 하면 홍보 할만큼 했으니까 가서 교대하고 쉬자!"
"ㅇㅋ, 정은현! 뭐해? 빨리 와라."

호박머리 귀신은 은현이의 역활이었다. 얼굴을 가리는 것은 좋았지만 커다란 호박머리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어 아무도 안하려고하다보니 가만히 있던 은현이에게 떠넘겨진 것이었다. 해야할일을 마친 세사람은 자신들의 학과 포차로 돌아갔다. 교대인원과 자리를 바꾸고 쉬러들어가니 여기 저기서 수고했다는 말과함께 안주와 술을 권해왔다. 은현은 몇잔만 받아 마시고 나머지는 거절하려했는데 어찌 하다보니 아에 자리잡고 앉아 먹는 팀에 합류되어있었다.

'적당히 분위기 맞추다 일어나면 되겠지...'

은현이 그런 생각으로 앉아있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달이 뜬 밤이 되었다.


**


"흐아아..."

은현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어떻게 된건지 목을 가누기 힘들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은현은 겨우 낯익은 문을 보고서야 그자리에 주저앉아 쉴수있었다.


**


문앞에 괴이한 물건이 놓여있었다. 가까이서보니 술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 딱봐도 인사불성인 모양이었다. 커다란 호박머리에 검은 망토는 은현이가 말했던 분장과 딱맞아 떨어졌다. 그렇다면 저 술냄새나는 호박귀신의 정체는 은현이로구나. 우진은 문앞에 굴러들어온 호박덩이를 보며 웃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네."

정신못차리는 호박머리에 조심스럽게 입맞춘 우진은 조심스럽게 커다란 호박머리를 벗겨냈다. 저주를 푸는 사랑의 키스였으니까.

"자, 이제 저주받은 호박이 왕자님으로 돌아올 시간이에요."

답답한 호박머리를 벗겨내자 술에 취한 은현이 눈을떴다. 우진을 발견한 은현이 손을 뻣으며 무언가 말하려고했으나 술기운에 완전히 취해서 몸도 못가누고 말도 제대로 못했다. 우진은 그런 은현이를 보며 웃으며 조심스레 어깨에 짊어지고 현관문을 열었다.

"잘 먹겠습니다-"


**


은현은 세상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지진이라도 난것같았다. 안떠지는 눈을 힘겹게 떠보니 세상이 흔들리고 있는것은 맞는데 지진은 아니었다.

"아...우진ㅆ...아...!"

그리고 어지럽기만한 것도 아니었다. 몸안에서 움직이는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은현이 뜨거운것의 정체를 자각하자 순식간에 온몸에 희락의 열기가 피었다. 그 감각에 은현이 소스라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손을뻣어 자신의 위를 점령한 남자의 팔을 잡았다.

"우진씨, 뭐, 하는...으, 아! 앗."
"저주를 풀어준 보상을 받는 중이지."
"그게, 흐, 무슨 말- 아. 아!"

우진은 은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않은채 계속해서 움직였다. 은현의 기억은 문앞에 주저앉았던 장면뿐이었는데 갑자기 왜 ing중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나 취했었던가? 은현이 고민했지만 길게 생각할 수없었다. 우진이 딴 생각에 빠진 은현의 턱을 잡고 입을 맞춰왔다. 깊게 맞추는 키스에 숨이 막혔다. 은현의 한쪽 다리를 잡고 올린 우진의 허리짓이 방향을 틀었다. 은현이 길들어지지 않은 곳을 찌르는 감각에 몸을 움츠리며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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