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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_식으로_죽어버렸어_미안해

AJ_KUTEN 2015. 7. 2. 03:32


일상은 무료했다.

아침에는 청율의 잔소리로 귀가 따가웠고, 오후에는 꼬맹이의 칭얼거림에 귀가 따가웠고, 

저녁에는 꼴보기 싫은 녀석의 딴죽거는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그것을 피해 숨고 숨는 것의 반복. 반복되는 일상. 일상의 무료함. 



- 虎盧 -  



사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모두들 평화롭게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왔던 지긋지긋한 녀석들도 각자 자신들의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냥 평소와 똑같이 아무런 곳이나 몸 뉘울 곳이 있으면 누워 빈둥거렸다. 이제는 터만 남아 지나간 향수鄕愁만 남긴 중심에서. 

그래도 지난 날들중에 가장 많이 시간을 보냈던, 햇볕이 잘드는 넓적한 바위는 여전하다.

그리고 그 위에 누워 빈둥거리는 것도. 


"백호공, 오늘도 여기에 있었습니까?"


요 근래 고향으로 돌아갔던 청율이 다시 찾아왔다. 지겹지도 않냐. 남은 삶을 나같은걸 보러 오는데 쓰는 게.

내가 눈으로 한 말이 들렸는지 말없이 웃으며 옆에 앉더니, 자신의 등을 내 몸위로 살짝 기대어 온다.

어이. 무거워. 진짜야. 진짜 무겁다니까? 무거워 뒤질 것 같아.  

짜증가득한 목소리를 내며 거칠게 꼬리로 녀석의 팔을 때리는데도 모른척 한다. 그러고는 머리부터 목덜미까지 쓸어주는 것이다.

야. 내가 네 집 고양인 줄 알아?

불만스럽게 이빨을 드러내 보여도 어느새 나를 제 품에 안듯이 기대온 녀석은 말없이 웃으며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않는다.

아아. 그래. 맘대로 해라. 나는 졸려서 자야겠다.

귀찮음이 역력한 기색을 한껏 뿜어내며 편하게 자세를 가다듬고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녀석이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 그의 숨소리가, 그의 가슴에서 울리는 진동이 고스란히 제 몸을 타고 전해져 왔다.

그 고동소리가 너무나도 편안했다. 언제나 처럼. 


"백호공,자지마요. "


몰라. 난 잔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해봐. 

모르 쇠로 일관하니 청율이 쓰다듬어 주던 손길을 멈추고는 좀더 강하게 목덜미와 함께 꼬옥 끌어안아온다.

덥다. 좀 떨어져. 하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일어나 자리를 피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오늘은... 뭐. 그래. 귀찮아서 관둔다.  

스멀스멀. 어느새 올라온 무거운 잠들이 눈꺼풀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 감각을 즐기며 잠들기 직전에 꼬리만 살짝 들어 청율의 등을 한번 쓸어주었다.

야. 나 이제 잘 거니까, 가.  


"호로.잘자요."


까무룩 잠드는 순간에도 청율이 잠드는 나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녀석은 내 몸이 다 식은 후에야 일어나, 제가 입고 온 겉옷을 내게 덮어주고는 한참이나 서있다가 떠났다. 


이제 오지 마라. 멍청아.




#자캐_식으로_죽어버렸어_미안해